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원은 초과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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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원은 초과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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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지다발 작성일08-12-14 01:11 조회1,038회 댓글7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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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오후 시댁에서 저녁을 보내고 밤늦게 돌아온 시각 11시
아이는 씻기지도 못하게 뻗어서 왔고,
막걸리를 얼큰히 먹고 온 남편도 12전에 잠이 든 터
이 시간에 인터넷을 한다는 것은 자주 없는 일.

월, 수 - 일주일에 두 번 있는 일러스트 수업도 한 주가 지나갔다.
알아보기 전에는 대충 3개월정도 생각하고 있었는데
11월 경 학원 강사와 상담해 보니 알바고 뭐고 다 포기하고
그것에만 매달려 1년을 올인해도 사실 짧다고 한다.
1년? 어휴~ 가당치도 않다. 내가 어떻게,,,
남편은 그럼 해보란다. 본인 퇴직금까지 땡겨서 하면 1년 버티지 않겠냐고.
그러면서 묻기를, '1년 뒤엔 바로 일 할 수 있는겨?'
단념했다.
다른 거 신경 끄고 그림에만 매달려 1년을 보내기엔
평범한 나의 현실이 그것을 허락치 않았다.
누군 평범하게 사는 것이 꿈이라 하고,
누군 평범하게 사는 것도 어려운 일이라 하는데
따박따박 월급 받아가며 일궈온 평범이란 생활은
참으로 무서운 것이었다.

고민하고 알아본 끝에 알게 됐다.
그림작업역시 음악과 다르지 않게 창하는 사람이나, 작곡하는 사람과 같이
하루라도 손을 쉬지 않아야 하는 일이란 것을.
때문에 1년이 문제가 아니라,
제대로 10년을 해도 이제 좀 감을 알 것 같은 상태가 되더라고
현업에 종사하는 선생은 얘기한다.

죽기 전까지 하다가 죽으면 그게 행복이라 싶어
기어코 해보고 싶은 그림이지만
그렇기 때문에 죽기 전까지 연습도 끝이 없다는 그 끔찍함.
행복을 얻으려면 지옥맛을 보게 된다는 말이 이런 걸 두고 하는 말인가.

또 한가지.
처음부터 경제적인 목적으로 그림을 시작하다가는
낭패를 보게 된다고 한다.
그림에 인생이 묻어나야 한다나 뭐라나.
인생과 철학, 그림은 불과분의 관계요
그것이 곧 좋은 그림이 될 수 있느 요소일뿐.
수 많은 잘 그린 쌔고 쌘 그림들을 선정하는 기준은 바로 거기에 있다는 것.

이제 나의 수준이 어디쯤인지 알 듯.
난 이러쿵저러쿵 시간을 잴 계제도 못되며
여타 종류와 과정을 고를 입장도 아닌
현실을 현실대로 순응하며 열심히 따라가다 보면
갈림길이 나오겠지. 직진인지, 회전인지, 유턴인지.

어떤 땐 이런 생각도 든다.
밥먹고 그림만 그리면 존나 좋을텐데.
(일러스트들에게 살아있는 전설이라 부르는 노만락웰이란 작가도
그가 죽어서도 그를 넘어설 수 없는 칭송을 얻게된 큰 부분은
아마도 그것 아닐까? 4천 점이나 되는 그의 다작들)
그러기엔 내가 일궈논 평범이란 울타리.
그것이 나를 조롱한다.
'니가 나를 버리고 너 하고 싶은대로만 하고 살겠다고?
'넌 그럼 나쁜 년이지, 애초부터 이쪽으로 발을 들여 놓던가 했어야지'
'니가 뿌린 가족들은 어쩌구'
잠시 후 옆을 돌아보면 아이는 천사의 모습으로 내 곁에 있다.

맛만 본다는 공식적인 입장으로
3~4개월 남짓한 수강을 끊었다.
14명 정원인데, 25명 정도가 왔다.
요즘같은 불경기에 미달이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제치고
되려 불경기라 몰려든 모양인가보다라고 학원 강사도 놀랜다.
해당 수업반의 의문이기도 한
초,중급을 구분하지 않은 모호한 상태의 모집 정원은
말 그대로 다양한 수준생들이 모였다.
현업 프리랜서 일러스트레이터도 왔고
홍대 미술전공 학상도 왔고
만화가도, 초등학생 교사도
그리고 나와 같은 초짜도 상당수였다.

하지만 그들 모두의 공통점은
기초가 부족해 왔다는 것.
어디서 1년을 올인했다던 프리랜서도
파인아트 전공자도
초보자도
다 같이 기초에 목이 마르다고 했다.
대체 그 기초가 무엇이길래.
교육이 문제? 아니면 학습태도가 문제?

드로잉. 그것은 쉽게 말해 손을 풀어주는 자세라고 한다.
프리랜서로 일하는 가르치는 선생도 며칠 그림을 안 그리고
다시 연필을 잡다보면 신경질 나서 드로잉 마구 해댄다고 한다.
그것은 음악으로 치자면 발성 연습과도 같은 걸까.

1주일 시작단계. 수업에 임하는 사람들은 사뭇 진지하다.

댓글목록

정휘횽!님의 댓글

정휘횽! 작성일

"죽기 전까지 하다가 죽으면 그게 행복이라 싶어
기어코 해보고 싶은 그림이지만
그렇기 때문에 죽기 전까지 연습도 끝이 없다는 그 끔찍함.
행복을 얻으려면 지옥맛을 보게 된다는 말이 이런 걸 두고 하는 말인가. "

이 말씀이 참 와닿네요...

하지만 저는 그걸 햄스터의 운명처럼 가도가도 끝없는 운명이라고 말하고싶지않아요...
내손이 마치 숨쉬는것처럼...자연스럽게 말을하듯..숨을쉬듯....
그러기 위해 매일매일 그려야 하는거지..끔찍하다는 표현이 마음이 아파요^^...

잘그리려고 매일 그려야 하는게 아니고..
그리기 위해 매일 그려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가끔은 "잘"이란 단어때문에 중요한걸 노치는것도 많은거 같아요...

아...하고싶은말도..전달하고픈말도 많은데...
잘안되네요...암튼 끔직한 형벌보다는..행복한 운명이라고 생각하고 싶습니다^^..

mamelda님의 댓글

mamelda 작성일

편지님~~ 뜻이있는 곳에 길이 있다는데.... 난 편지님을 믿는구만요~ ^^ㅋ
명랑선배님~~  저도 꼭~ 좀 부탁드려용 ^^;;
래니언니~~ 비전공자??  뭔 말여요?? 급 궁금 ㅎ 언니가 비전공자라면 난 둑을지도 ㅋㅋ
캔야~ 햄... 6년? ㅡ,.ㅡ
쏘니야~~ 나도 음......

안쏘니님의 댓글

안쏘니 작성일

음...

KENWOOD님의 댓글

KENWOOD 작성일

햄...6년을 잘못 들으신건 아닌지...

편지다발님의 댓글

편지다발 작성일

T.T 오늘은 명랑성님을 옵빠라 부르고 싶군요~~ 흙~~
좋은 말씀 감사하고,, 뎃생,,, 그랴요,,해보갔심돠,,
성님, 맞아주시겠다면야 찾아 뵙죠~~! 어느날 불쑥~

LanyBird님의 댓글

LanyBird 작성일

아~ 정말 비전공자인 나로서는 정말정말 해야되는 공부이건만...... ㅜㅜ...
명랑님 저도저도요~

명랑!님의 댓글

명랑! 작성일

그림도 매일 안그리면, 하루 쉰 다음날 그림이 달라지더란...

다발여사가 분명 재능은 갖췄지만,
나같은 기초미달자가 보아도 기초가 부족함이 발견돼서
늘 한 얘기인데...
그림책 출판하는 친구 회사도 개성있게 그린 그림들 보여주며 설명을 하는데
내가 봐도 그 안에서 기본기가 보이더란...

다발여사는 테크닉 가르치는 학원에 가기 앞서서
뎃셍, 수채화, 유화 등을 맛보고 나서 하는것이 우선 돼야 할것 같은데...
3개월 지나서라도 뎃셍을 해 보셈.

출판사 친구 얘기로 나 정도는 학원서 6개월 정도 테크닉만 익히면
당장 쓸만 한 실력이라고는 하는데, "난 다른거 할란다."하고 말았지만
여운이 남네....ㅋㅋㅋ

한 번 시간내서 충무로 울 사무실에 오셈. ^^
차 한 잔 하면서 얘기나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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