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연,,(긴 사연)

Mom & Dad

인연,,(긴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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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지다발 작성일07-03-19 14:51 조회1,135회 댓글17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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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남편을 만나 결혼하기 전까지 연애란 것을 제대로 해 본 적이 없었고
짝사랑이나 외사랑만을 해오다가 교회에서 중국으로 미션을 갔을때 같이 갔던
한 오빠와 배우자가 되야 하지 않을까 하는 사명에 휩싸이다가 무산이 되고
교회 내 문서부 팀장을 맡고 얼마 안 가 체질이 영 아니라 팀장을 자퇴하면서
팀 자체가 깨져 정신적으로 힘들었고, 외로워 하다가
그해 3월말 교회에서 알고 지내던 한 살 어린 형제로부터 내 뒤늦은 생일선물이라며
법정 스님의 '무소유'란 책을 받았지요,,
그날 저녁 그 친구를 만나 책을 받고, 교회에서 CGV까지 꽤 되던 거리를
같이 걸어가며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고, CGV건물로 가서 영화는 보지 않고
그 친구가 잘 안다는 집사가 하는 커피전문점에 가서 음료수 한 잔씩 들이키며
얘기를 계속 나누다 헤어졌는데, 그 때 당시 젊은 나이에도 결코 어리지 않은
넉넉치 않은 집에서 자라 스스로 벌어 법학을 전공했던,
그래서인지 타인들로 부터 나이에 비해 지나치게 생활력이 강해서
그게 도리어 상대를 부담스럽게 한다라는 평이 있긴 했지만,
개인적으로 그 친구의 생활력이나 종교에 대한 소신에 공감하면서도
각별한 친구란 생각을 할 때 즈음,,
4월 초 친구의 친구로부터 회사내 상사라 하며 소개팅을 받았지요,,
주중 평일에 만났는데, 저나 그사람이나 일이 일찍 끝나지 못해
8시가 조금 넘어 만날 수 있었던 거 같아요,,
서두에 밝혔듯이, 저는 짝사랑이나 외사랑을 많이 해봐서 그런지 정해진 이상형은 없었죠,,
대머리 까진 사람도 호감을 느껴봤고, 키작고 퉁퉁한 사람에게도 호감을 가져봤으니,,
그 사람도 키는 작지 않았는데, 덩치가 있고, 얼굴은 둥근 편에, 웃으면 덧니가 난 것이
전체적으로 푸우곰 같은 이미지에 거기다 운동화를 구겨서 신고, 옷차림 역시 잠바를 걸친
털털한 옷차림으로 나왔더군요,,
뭐 거기까진 다 괜찮았는데, 이 사람 수줍음을 좀 타더라구요,,
직업은 캐드쪽인데, 취미가 그림을 그린다고 해서인지, 말수도 적은 편이고 해서
제가 거의 대화의 문을 열어갔죠,,
저녁으로 감자탕을 권한 것도 저였고,
저녁 먹은 후 편의점에 들러 하드 하나씩 먹는 게 어떠냐고 한 것도 저였고,
그걸 쪽쪽 빨면서 공원을 좀 거닐면서 이런 저런 얘길 했던 것 같은데
여하튼 제가 분위기를 리드해 갔었죠,,
그리고 다음날,, 주선자로부터 연락이 왔는데, 그사람이 저를 괜찮게 보는 것 같다고
그래서 자기를 통해 에프터를 청할까 하는데 괜찮겠냐고 하더군요,,

직접 하면 모를까,, 주선자를 통해 의사를 물어 온 것이 소극적인 게 아닐까 생각도 들었고,
저 역시 말이 많은 스타일도 아닌데, 그날 그 사람이 워낙 말수가 없어
대화를 이끌어 간 것도 제 본 모습은 아닌 것 같아
그 자리에서 바로 답변은 나오질 않았고, 그저 기한 없는 약속으로 전화를 매듭지었드랬죠,,

그리고 그 주 금요일,
또 다른 친구에게서 메신져로 틱~ 뭐가 날라옴미다,,
'소개팅 할 생각 없냐?"
'누군데?'
'울 회사 사람,, 이름은 김승민이고 얼굴은 그냥 하얘,,'
그게 전부였죠,,

소개팅도 많이 해보질 않아서 그런지, 거리낌 없이 '예쓰'를 하니까
친구는 덜컥 핸폰 번호만 알려주고 말더군요,,
그리고는 담날 토요일 바로 약속을 잡아 부평에서 그를 만나기로 했슴미다,,
물론 약속 시간과 장소는 친구가 중간에서 전했던 거구요,,
그날 회사서 사원들 퇴근한 후 홀로 끄적거리다 퇴근을 해서
집에 잠시 들렀다가 전에 동생이 건네준 '무소유'란 책을 들고 나와
부평으로 나서면서 정말 아무 생각없이 마음을 비우고 가벼이 나섰슴미다,,
지금 생각해보면 제 옷차림도 참 웃겼어요,,
외모에 별 신경도 쓰지 않고 그냥 나갔으니까,,

부평 로데오 거리에 가면 '거품'이라고 하는 커피&레스토랑이 있는데
간판이 워낙 작아 처음 찾는 이들은 애를 먹는 그런 곳이었죠,,
거기서 보기로 했는데, 아무 전화도 없는 것임미다,,
전화를 걸어, '저 공진숙이라고 오늘 만나기로 한 사람인데요,,
어디신지,,오기는 오시는 건가요?'
상대는 다소 당황을 한 듯, 주춤거리더니 ' 지금 가는 중이라고,,'
그가 거품을 찾기까지 3~4번 이상 통화를 했을 정도로 헤매이다가
식당으로 들어선 그,,
급하게 문을 박차고 들어와 좌우를 두리번 거리며 사람을 찾는 모양새가
순간 그사람 성격 급함을 인지할 수 있을 정도로 너풀거리던 심플한 그의 버버리,,
식당안 손님이 다소 있었는데, 그나마 앞쪽에서 미소를 지으며 그를 바라보던 저를
그도 어렵지 않게 찾고는 다가와 앉으며 저를 뚫어지게 바라보데요,,
저 역시 그의 표정을 살피며, 짧은 순간이었지만, 그의 인상을 가늠해 본 것이죠,,
웃는 모습이 김광석을 닮아 느낌은 좋았는데, 살펴보면 깐깐하고 고민이 많아 보이기도 하는,,
거기서 잠깐 통성명만 하다가 자리를 옮겨 낚지집에 가서 저녁을 먹고
당시 크리스찬이라 자청했던 저는 금주였음에도 불구
그는 상대를 눈치보는 것 없이, 예의의 물음을 표한 후에 여지없이
소주를 시켜 첫날 그 알딸딸한 모습을 내게 보여주기도 했죠,,
첫날 남녀가 둘이 만나 생뚱맞게 시리 노래방도 가고
처음 만난 내게 은연중에 내 어깨에 손을 올려놓는 실수를 범하다가
순간 언짢은 내 인상을 보고는 실수를 인정하며, 다시 예의를 바로하며
다음날 일요일 산에 같이 가는 것이 어떠냐는 그의 청으로
저희들의 만남은 계속된 것이지요,,

그렇게 결혼까지 이어져 2년이 되던 작년 12월 결혼기념일,,
왜 처음 만났을때 서로 어땟었는지를 새삼 되짚어 보기도 하고 그러잖슴미까,,
그사람은 제가 거품에 앉아 있었을 당시, 미소짓는 제 인상이 참 맘에 들었었는데
자리를 옮기려 일어나보니, 제가 안 보이더라는 검미다,,제 키가 작아서 ㅋㅋ
'아뿔싸~~ 이건 아니잖아~~'를 맘속에 노래했지만,
그래도 자기 엄마랑 키가 똑같아서 좋았다나,,
또 제가 먼저 전화걸어 다짜고짜 어디냐고, 오늘 만나기루 한 건 맞냐고 물은 것도
황당했다고 하더군요,, 순간 그는 제가 폭탄일꺼라 생각했담미다,,
그도 역시 마음을 비우고, 내가 영 아니면 부평서 친구나 만나야 겠다는 심정으로
기대 없이 간 거라 하더군요,,
그는 젊어서 여친이 꽤 있어 여자 경험이 많았던 터라 어찌보면
저같은(여느 여자같지 않은) 여자에게 호감을 가졌던 것도 같아요,,

주저리주저리 새삼 결혼 전 얘길 왜 여기 늘어놓나 하실텐데,,
실은 지난 주말, 아직 장가를 안 간 친정 오빠를 오랜동안 알고 지내던
전직장 언니와 같이 영화를 보라면서 소개 아닌 소개의 자리를 마련해 줬는데
둘 다 분위기가 비슷해서 어찌보면 통할 것도 같았는데,
둘 다 적극적인 면을 보이지 않네요,,;;
언제부턴가 오빠는 '이여자다!'라는 확신 자체를 가질 의도를
아예 하질 않으려 하는 거 같고(남자는 그게 필요한데),,
언니 역시 이렇타 저렇타할 반응을 갖지 않으려 하는 것 같고
(여자가 그러는 것도 재미는 없는데),,
에혀~~ 인연을 만나기가 쉬운 건가,, 어려운 건가,, 참 모르겠더군요,,

여러분들도 지금의 배우자를 어떻게 만나셨는지
사연좀 올려줘 보시죠~ 재밌을 꺼 같은데~~^^

댓글목록

편지다발님의 댓글

편지다발 작성일

오호~~미리내님도 보통 인연은 아닌 듯 싶군요~~^^
헤어졌다 다시 만나는 게 보통 인연이람미까 어디,,
화이트님~~ 존경스럽슴미다요~~
난 이제 겨우 2년(연애 때까지는 3년?)살고 있는데,
이건 당연한 신혼이겠군요,그럼~

미리내님의 댓글

미리내 작성일

말을 좀 정정해야될듯~^^;;
첨으로 알게되었을때가 고2였을때였구요,,
그때야 멀 알겠습니까,,,사귄다 어쩐다하다가 한 몇개월만나다가 헤어지고
어찌어찌하여 20살대학시절에 다시만났을때 믿으실지 모르겠지만
울남편이 절 어찌나 쫓아다녔던지,,,(지금은 아니라고 발뺌하지만)
그러다가 제가 다른사람품으로 갔었죠,,,,
그러다가 2004년도에 제남편이 저의홈피에 남긴글로인하여
다시만나게된 사연~ 대략이렇습니다만,,,중간중간 이야기들이 많이있지요,,,
그리하여 지금의 가정을꾸리고 아이를낳고 살고있네요,,,

화이트님의 댓글

화이트 작성일

오 노우 다발님
10년 ....우린 11년 쯤 된것 같은데....
아직도 신혼 처럼은 아니지만...
세월의 느낌 모르고 지넵니다....

편지다발님의 댓글

편지다발 작성일

우와~~ 10년이면,, 어떤 느낌이 드는지요,,?
애때메 사는 건가?? ㅋㅋ

미리내님의 댓글

미리내 작성일

정말 우연찮게 찾아온 인연,,,이라고해야되나요,,
암튼 저도 지금의 이사람을 만나 이렇게 살줄은 꿈에도 몰랐으니까요,,,ㅎㅎ
참,,그러고보니 전 신랑알게된지가 벌써 10년도 넘었네요,,ㅋㅋ

KENWOOD님의 댓글

KENWOOD 작성일

설마,,,

명랑!님의 댓글

명랑! 작성일

내가 차인적은 단 두 번인데... 한 번밖에 기억이 안나네... 두 번이란 횟수만 기억나고...
그 나머지 무수한 연애질의 종지부는 항상 내가...ㅋㅋㅋ~~~ 후회도 많이하고...
그럼서 조금씩 성숙 해 지고...

KENWOOD님의 댓글

KENWOOD 작성일

맛깔나는 다발여사 글솜씨,,,^^

저희는 씨씨,,,
햄,,,찼는게 아니라,,,차였던애기를,,,역설적으로 풀어놓으시는게 아닐쥐,,,33=3==3333

비주얼머니트리님의 댓글

비주얼머니트리 작성일

사연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인연이란 정말 뜬금없이 찾아와 그대로 눌러앉아버리기도 한다는 거,...
다음에 저도 사연 올리면 재미있게 봐주세요^-^

윗글의 화이트형 말대로 이런 사연을 올려놓는 코너도 재미있겠네요.
뭐, [살다보면 - ] 이런 코너?ㅋㅋ

화이트님의 댓글

화이트 작성일

근데 다발님 글 정말 소설같이 쓰신다...
형님 말때로 글 잘쓰시네요....

뭔 ~ ㅋㅋㅋ
형님 이야기가 더 재미나겠네요 뭘... 버렸다니 ㅋㅋㅋ
코너 하나 만들지요.

명랑!님의 댓글

명랑! 작성일

화이트가 잼있겠다...^^

화이트님의 댓글

화이트 작성일

나두 함 올려봐...
8살이나 어린 울 마누라 고교 졸업하자마자.ㅋㅋㅋㅋ

편지다발님의 댓글

편지다발 작성일

ㅋㅋㅋㅋ싹수 있는 성님,,재밌다,,
속편 기대되는 데요~~~~~

명랑!님의 댓글

명랑! 작성일

버린여자 너무 많아서... '석실장'님 마냥 몇 막 몇 장으로 나가야 하고...ㅋㅋㅋ
그 버린녀 중 하나... 1991년 경....
군 제대 후, 모 신문사에서 디쟈너로 갔으나, 쥐뿔도 모르면서 디쟈너 명함 갖고 버티는걸
양심의 가책으로 느끼다가 선배 소개로 충무로로 나와 거의 1년을 시다바리생활을 하던 즈음.

어김없이 아침 8시반~45분에 출근해서는 청소를 하는 싹수있는 나를 선배가 눈여겨 보다가
그림도 곧 잘 그리지, 열심히 책도 사 보며 공부하지, 착하지, 잘생겼... 어쨌든....
맘에 들어서 자기가 옮기는 새로운 회사로 날 데려간거샤...(이땐 수작업 시절 임)

쟁쟁하던 10년 쯤 되는 선배들이 합자해서 시작한 어느 회사로 가게 되었는데....
그 회사에서 경리 아가씨가 들어오는데, 얘가 면접을 보면서 날 보더니 완죤 뻑...
암튼 또 무지 이쁜앤데... 난 27인가 했고 갸는 22...완죤 순진(?)한 나이...ㅋㅋㅋ~~
특이 할 사항은 목소리가 정말 꾀꼬리!
이 아가씨가 고3 때, 아버지가 돌아가시는 바람에 취업을 하게 되었는데
당시 롯데 백화점이 생기면서 여직원을 뽑는데 몇 백대 일의 엄청난 과정속에서
최종 뽑힐 정도로 미모와 목소리를 겸비했다는...

아무튼 그런 애가  충무로 사무실에 오게된 사연도 있고... 아~~ 넘 길다...(다음에...ㅋㅋㅋ)

mamelda님의 댓글

mamelda 작성일

잘 읽었어요 ^^ㅋ
옛생각이 새록새록 나네요 ㅎ

편지다발님의 댓글

편지다발 작성일

성님, 버린 여자가 꽤 되시나봐용~
사연 함 읊어 보시죠~~

명랑!님의 댓글

명랑! 작성일

글재주 뛰어난 다발여사의 본 모습이 아닌것 같소...ㅋㅋㅋ~~
문장이 디게 길게 이어지네... 하하~~
'내가 선택한 여자' 얘기 보다는 '내가 버린 여자' 얘기가 더 재밌을 듯...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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